Ian✨
CEO/ Co-founder
이안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두 가지 측면에서 역할을 맡고 있어요.
제품 측면에서는 PM으로서 제품 팀을 이끌고 있고,
운영 측면에서는 좋은 사람들을 루티너리에 데려오는 일을 하고 있어요.
그리고 그 외에 잡다한 일들도 다 하고 있습니다. (웃음)
(잡일을 다하신다고 하셨는데, 어떤 잡일을 하고 계신가요? 대표님이신데 어떤 잡일을 하신다는 건가요?)
생각해보면, 사실 ‘잡일’이라는 게 없는 것 같아요.
회사라는 게 잘 굴러가려면 꼭 필요한 일들이 있잖아요.
중요하지는 않을 수 있지만 반드시 필요한 일들, 그런 것들을 의미했어요.
예를 들면 노션 정리 같은 것도 있고, 외부 커뮤니케이션도 있고, 회사를 알리는 인터뷰나 네트워킹처럼 하고 싶진 않지만 해야 하는 일들도 있고요.
이런 건 사실 운영에 가까운 일인 것 같기도 해요.
운영을 위한 실제적인 일들도 있어요.
예를 들어 피플팀이 하는 업무 중에 월세 처리나 세금계산서 관련된 것들, 세무사님과의 커뮤니케이션, 우리가 받을 수 있는 세금 혜택이나 지원사업이 있는지 확인하는 일들 같은 거요.
이런 게 예전에는 제가 다 하던 일이었죠.
요즘엔 그런 잡일이 줄었다고 표현한 게, 이제는 그런 부분들을 피플팀이 잘 맡아주고 있어서 그래요.
예전엔 계좌이체 같은 것도 직접 했었거든요.
지금은 제가 더 중요한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된 상황이에요.
루티너리를 시작 할 때가 기억에 남으실 것 같다. 그때는 어떤 기업이나 어떤 조직을 만들고 싶었나요?
그때 생각했던 것들이 지금과 꼭 맞는지는 모르겠어요.
처음에는 사람들이 조금만 일해도 되고, 재밌게 일할 수 있고, ‘아, 나 오늘 회사 가고 싶다’라는 생각이 드는 그런 조직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딱 그 정도만 떠올렸던 것 같아요.
그래서 실수 아닌 실수로, 회사에서 ‘놀자’는 걸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물론, 그렇다고 해서 마냥 즐겁기만 한 건 아니었어요.
회사의 ‘즐거움’이라는 건 단순한 재미가 아니라,
일을 통해 성취감을 느끼고 의미를 찾는 그런 종류의 즐거움이어야 하잖아요.
그런데 저는 초반에 너무 원초적인 즐거움을 주려고 했던 것 같아요.
예를 들면 “한강 가자!”, 일하다가 “캐치볼 하자!” 같은 거요.
근데 나중에 보니까, 한창 바쁘거나 일에 몰입하고 있는 팀원들에겐 오히려 그런 것들이 ‘방해’더라고요.
그걸 그땐 잘 몰랐던 거죠. 즐거움이라고 오해했어요. 실수였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팀원들이 어떤 일을 통해 성취감을 느끼는지,
어떤 방식으로 성장의 즐거움을 느끼는지를 생각하면서
그런 환경을 만드는 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요즘은 그런 환경을 만들기 위해 더 집중하고 있어요.
예를 하나 들면, 처음 창업하시는 분들이 흔히 오해하는 게 있어요.
‘정시 퇴근을 보장하면 좋아할 거다’, ‘야근을 못 하게 하면 좋아할 거다’ 같은 생각이요.
근데 사실 그게 전부는 아니거든요.
어떤 사람은 자신의 성장을 위해, 더 몰입하고 싶어서 야근을 하기도 하고,
집중이 잘 되는 시간대가 따로 있는 사람도 있잖아요.
그런데 ‘야근은 무조건 안 돼’, ‘저녁 식대는 없어’라고 하면
오히려 그 사람의 흐름과 집중을 방해하는 거더라고요.
그래서 우리도 그런 부분을 바꿨어요.
지금은 “그게 당신의 방식이라면, 우리가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방향으로요.
어쨌든 처음에는 그냥 ‘즐거운 회사였으면 좋겠다’ 정도로 단순하게 생각했어요.
정확히 말하자면, ‘출근하고 싶은 회사’
아니, 출근이라는 개념이 없는 회사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출근’ 개념이 없는 회사라고 하면, 마치 퇴근도 없는 회사처럼 들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출근이 없는 회사’라는 개념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해 주세요.)
‘출근’이라는 단어에서 오는 뉘앙스가 저는 좀 안 좋다고 생각해요.
출근하고 싶은 회사, 출근하고 싶지 않은 회사, 이런 구분이요.
결국 우리 모두는 삶의 어떤 순간을 함께 살아가고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그 순간만큼은 우리가 기쁘게, 즐겁게 잘 보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출근합니다’라고 도장 찍듯이 오피셜하게 시작하는 느낌,
‘회사니까 출근한다’는 식의 개념을 좀 없앨 수는 없을까 생각했어요.
‘회사니까 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있고, 그걸 루티너리에서 할 수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오는 것.’
그런 흐름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지금 돌이켜보면 그 때도 단순했던 것 같기도 해요.
그래도 그런 생각이 시작이었죠.
지금은 어떤 조직을 만들고 싶나요?
저는 정말 좋은 동료가 전부라고 생각해요.
좋은 동료가 있으면 모든 게 해결된다고 믿고 있어요.
그래서 지금 만들고 싶은 조직은,
모두가 서로를 리스펙하고, 그 리스펙을 넘어서서
‘와, 내가 어떻게 이런 사람이랑 같이 일할 수 있지?’
‘이런 사람은 이 포지션에서 이렇게 일하네?’
이런 영감을 주고받을 수 있는 조직이에요.
(그런 조직을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채용 기준을 점점 더 빡빡하게 가져가고 있는 것 같아요. 시간이 지날수록요.
신규 입사자가 들어왔을 때,
“이 사람 어떻게 들어왔지?” 또는 “내가 지금 이 기준으로는 못 들어왔겠다”라고 생각이 든다면 그건 기준이 높은 좋은 조직이에요. 항상 이 생각을 잊지 않으려고 해요.
사람이 모든 걸 해결한다고 믿는 것도 그래서예요.
저도 결국 ‘사람’ 중 하나일 뿐이라서, 제가 모든 걸 해결하진 못 하거든요.
그런데 제가 오래 고민하고 어려워했던 일들을 어느 날 새로 들어온 인재가 자연스럽게 풀어내는 걸 보면,
그게 정말 강력한 경험이에요.
그보다 더 좋은 사람, 다른 포지션에서 더 나은 인재를 모신다면 이런 경험을 더 많은 영역에서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이제 조직에 대해 본격적으로 이야기해볼게요. 현재 루티너리의 조직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나요?
루티너리는 기본적으로 팀과 스쿼드로 구성된 조직 구조를 가지고 있어요.
‘팀’은 기능 중심, ‘스쿼드’는 목적 중심으로 구성된 단위예요.
현재는 하나의 제품 스쿼드로 운영 중이고 PM, 디자이너, 개발자가 포함되어 있어요.
팀은 디자인팀, 개발팀, 그로스팀, 피플팀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디자인팀과 개발팀은 제품을 만드는데 필요한 시스템들을 만들고,
그로스팀은 유입부터 매출까지 전 퍼널을 관리하고 있어요.
피플팀은 좋은 인재를 채용하고 그 인재들이 일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있답니다.
이제 조직에 대해 본격적으로 이야기해볼게요. 현재 루티너리의 조직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나요?
지금은 이 방식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판단하고 있어요.
루티너리는 제품 중심으로 움직이는 조직이고, 현재 스쿼드도 하나뿐이에요.
그래서 제품이 어떻게 가느냐에 따라 조직의 흐름이 결정되거든요.
이런 상황에서 빠르게 드라이브하려면,
모든 컨텍스트를 아는 제가 PM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제품 중심이 아닌 조직이었다면, 다른 역할을 맡았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지금은 제품이 정말 중요하고,
무엇보다 제가 가장 잘하고, 좋아하는 일이기도 해요.
디자이너로 시작해서 기획까지 해왔던 경험이
현재 루티너리에서는 가장 깊게 누적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PM 포지션이 있었던 적도 있었어요.
PM이 PO의 영역 중 일부를 분담해주면서 함께 제품을 끌어가는 건 분명 장점이었죠.
하지만 우리 단계에서는 PM과 PO를 나눌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저는 제 시간이 닿는 만큼 오랫동안 기획에 참여하려고 합니다.
특이한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대부분의 창업자는 처음에는 PM 역할을 맡거든요.
물론, PM의 역할이라는 게 상황마다 다르긴 하지만요. (웃음)
보통 창업자분들은 PM보다는 PO에 가까운 역할을 많이 하시잖아요.
그런데 이안님은 실무자에 가까운 PM 역할에 집중하시는 것 같아요.
자칫 CEO가 마이크로매니징한다고 느껴질 수도 있는데, 실제로는 스쿼드 구성원들이 CEO로 어렵게 대하기보다는 PM으로서 동등한 동료로 느끼고 협업하는 분위기더라고요.
이런 문화를 만들기 위해 특별히 신경 쓰는 부분이 있나요?
타고난 유머 감각. 농담입니다. (웃음)
사실 저는 PM으로서 유리한 위치인 CEO라는 점을 잘 활용했다고 생각해요.
조직에서 가장 중요한 건 ‘어떻게 목표를 설정하고, 어떤 방식으로 달성해 나가느냐’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일종의 처방전처럼, 목표를 계속 줄여나갔어요.
제가 CEO이기 때문에 이런 조정이 빠르고 유연하게 가능했죠.
굳이 누군가에게 결재를 받거나 설득하지 않아도,
팀원들과 직접 이야기하면서 목표를 조정할 수 있었어요.
제품팀도 같은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고,
우리는 “지금 어디에 집중해야 하는가”에 대해 함께 고민하면서
목표를 점점 더 작게, 명확하게 줄여나갔어요.
그렇게 줄이다 보면 어느 순간,
팀원들의 속도, 목표 달성의 속도, 조직이 움직이는 속도가 ‘딱’ 맞아떨어지는 시점이 와요.
그 순간부터는 오히려 팀원들이 먼저 목표를 제안하고, 내가 하는 일이 목표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찾아서 알려주시기도 해요.
목표뿐 아니라, 팀원들의 역할 범위도 빠르게 조정할 수 있기 때문에
함께 이야기하면서 더 자연스럽게 싱크를 맞출 수 있었어요.
그 덕분에 팀원들의 몰입도도 훨씬 높아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CEO라는 역할을 잠깐 빼고 PM으로서 신경 쓰는 부분을 말하자면
저는 건축을 전공해서 그런지, 무언가를 표현하는 걸 좋아하고 잘한다고 생각해요.
글, 표, 다이어그램, 문서 같은 형식으로 복잡한 생각이나 구조를 정리해서 보여주는 데 강점이 있어요.
그래서 그런 표현과 정리에 더 많이 신경을 쓰는 편입니다.
(말씀하신 내용들이 협업을 더 잘할 수 있게 된 이유라는 말씀이신가요?)
그렇죠. 그런데 사실, 이건 사람마다 다 다른 것 같아요.
딱 한 문장으로 표현하긴 좀 어렵네요.
팀원들과 PM으로서 더 잘 협업하기 위해
제가 노력했던 건, 각 사람마다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를 더 고민했던 것 같아요.
사실 이건 특별하다기보단, PM이라면 당연히 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굳이 저만의 특별한 점을 꼽자면,
CEO라는 위치 덕분에 목표를 더 빠르게, 현실 가능한 수준으로 조정할 수 있다는 점이에요.
그리고 우리 팀원들은 제품이 변화하는 과정 자체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분들이라,
그런 변화를 계속 만들어내려고 노력해요.
사실… 요즘엔 제가 잘 못하고 있다고 느껴서 자꾸 돌려 말하게 되는 것 같아요.
PM으로서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고, ‘잘하고 싶어 한다’고 말하는 게 더 맞을 거예요.
그래도 CEO라는 위치가 있으니까, 그걸 잘 활용해서 제품을 드라이브할 수 있었던 건 사실이에요.
그리고 팀원들과 1:1로 자주 대화하고,
모든 팀원과 직접 이야기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려는 노력이 협업에 확실히 도움이 됐다고 생각해요.
이야기 중에 팀원들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왔어요.
이제 본격적으로 조직과 팀원들에 대해 여쭤보고 싶습니다.
루티너리에는 어떤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나쁜 사람은 정말 한 명도 없는 것 같아요.
역량을 떠나서,
“이 사람과는 정말 일하기 싫다”라고 느끼는 사람이 없어요.
그게 저는 진짜 큰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루티너리에는 자신의 삶에 진심인 분들이 모여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그게 정말 중요한 기준이라고 봐요.
채용 인터뷰에서도 이 부분을 가장 중요하게 보는 편이에요.
최근에 내렸던 가장 어려운 결정,
10년 후에 어떤 일을 하고 싶으신지,
친구들이 본인을 어떻게 소개할 것 같은지…
이런 질문을 드리는 이유도 그 사람의 ‘삶에 대한 진심’을 보고 싶어서예요.
이미 우리 팀원들은 각자 자기 삶에 꽤나 진심인 사람들이에요.
그래서 저는 그분들이 하는 결정을 믿을 수 있어요.
정말, 그런 사람들이 루티너리에 있습니다.
(번외) 면접에서 팀원들에게 "최근에 내렸던 가장 어려운 결정은 무엇인가요?"라고 물어보신다고 하셨는데요.
이안님은 이 질문에 뭐라고 답하시겠어요?
저는 두 가지가 있어요.
작년에 ‘막 살기로’ 결정한 것,
그리고 추가 투자유치를 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에요.
초반에는 팀원들의 의견을 하나하나 다 듣고, 뭔가 더 잘해주고 싶고, 못 해주면 미안하고, ‘연봉도 더 올려줘야지’, ‘더 도와줘야지’ 이런 생각들을 정말 많이 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마음이 꼭 좋은 방향만은 아니라는 걸 깨달았어요.
모든 걸 잘 해주려는 마음이
오히려 진짜로 중요한 것을 흐리게 만들 수도 있다는 걸요.
그래서 ‘조금 더 이기적으로 살아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어요.
물론 여기서 말하는 ‘이기적’이라는 건
누군가를 배려하지 않겠다는 뜻이 아니라,
내가 진짜로 원하는 생각과 감정을 더 솔직하게 표현하자는 의미였어요.
(지금도 더 잘해주고 싶고 그 방법을 고민하고 있어요)
‘막 살자’는 표현은 자칫 오해될 수 있지만,
사실은 “어센틱(Authentic)해지자”는 다짐에 가까워요.
머릿속에 어떤 생각이 스치면, 그걸 억누르거나 돌려 말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말하고, 표현하는 쪽을 선택하자는 거였어요.
예전에는 디자인을 보면서도 ‘이유가 있겠지’ 하고 그냥 넘겼다면,
지금은 ‘나는 이게 별로라고 생각해. 너의 생각은 어때?’라고
더 솔직하게 대화하려고 해요.
물론 저도 사람이라 하루아침에 완전히 바뀌진 않지만,
더 진실한 방식으로 협업하고 살아가려는 연습을 계속하고 있어요.
그리고 두 번째로,
추가 투자유치를 받지 않기로 한 것도 큰 결정이었어요.
초기에 받은 시드 투자금을 투자자분들께 갚아야 책임이 있기에
늘 “다음 라운드를 준비하자”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실제로 제안도 많이 받았고요.
하지만 투자를 받아야 하는 이유가 마땅히 없었어요.
그런데 올해는 딱 결정을 내렸어요.
"우리가 돈 열심히 벌어서,
우리가 번 돈으로 투자자분들을 엑싯 시켜드리자."
그 생각이 들었고,
이제는 투자가 아니라 자생하는 구조로 가겠다는 건 정말 큰 결단이었던 것 같아요.
의도를 갖고 내린 결정이니까요.
(번외) 다음 질문을 드릴게요.
친구들이 이안님을 소개한다면, 뭐라고 소개할 것 같나요?
“그냥 같이 있고 싶은 친구.”
이건 제가 실제로 친구에게 들은 말이에요.
그 친구가 저한테 “넌 진짜 누구 욕하는 걸 한 번도 못 들어봤다”고 하더라고요.
예전엔 친구들 사이에서 개그 캐릭터를 담당하는 걸 좋아했어요.
그냥 같이 있으면 웃긴 친구, 분위기 좋은 친구였던 거죠.
그러다 보니 친구들이 저에 대해 깊게 아는 건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서로 각자의 삶을 어떻게 살아 가는지 보단, 그냥 함께 있으면 유쾌한 사람으로 기억됐죠.
그런데 나이가 들고, 점점 삶에 대한 이야기를 더 나누다 보니
이제는 친구들도 저를 “그냥 웃긴 친구”를 넘어서, “같이 있고 싶은 사람”으로 느낀다고 해요.
소규모 조직의 경우, 회사라기보다는 동아리처럼 일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루티너리는 규모가 작음에도 불구하고 체계적이고 '회사처럼' 일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더라고요.
이를 위해 따로 노력하신 부분이 있을까요?
제가 큰 조직에서 일해본 경험이 없어서, ‘체계가 잘 잡힌 조직’이 어떤 모습인지 사실 잘 몰라요.
그냥 제가 살아가는 방식이 자연스럽게 커진 게 회사가 된 것 같아요.
예전에 친구가 저를 ‘인간 루티너리’라고 표현했는데, 딱 맞는 표현이라고 생각했어요.
루티너리의 가치와 방향, 디자인 톤까지 모두 제 삶과 맞닿아 있거든요.
그래서 루티너리의 ‘체계’도 회사를 회사답게 보이기 위한 게 아니라,
불필요한 고민이나 반복 작업을 줄이기 위해 자연스럽게 생겨난 시스템이에요.
예를 들어 문서 정리는 제 취향이라 그냥 하다 보니, 누군가에게는 체계처럼 보일 수도 있고요.
한 번은 어떤 분은 루티너리에 체계가 없다, 또 어떤 분은 체계가 많다고 말씀하셨어요.
같은 회사를 두고 정반대의 인상을 받은 거죠.
그래서 제가 직접 여쭤봤어요. “체계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한 분은 문서화된 시스템, 다른 분은 명확한 역할 분배를 체계라고 하셨어요.
그걸 보고 느꼈어요.
“체계란 결국 사람마다 다르게 정의되는 개념이구나.”
그래서 저는 체계라는 말을 조심스럽게 써요.
대신, 저에게 체계는 조직이 커지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를 줄이기 위한 장치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 줄이는 과정 자체가 더 중요하다고 봐요.
루티너리의 두 번째 원칙인 ‘Less is More’도 같은 맥락이에요.
더하는 것보다 덜어내는 데 집중하고,
지금 작동하지 않는 시스템이라면 과감히 버릴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좀 더 조직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다. 루티너리 조직만의 특별한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우리는 ‘모두가 이야기할 수 있는 구조’를 정말 다양한 스케일로 만들고 있어요.
2주마다 진행하는 1:1 미팅,
매달 열리는 타운홀,
분기마다 전사적으로 회고하는 OKR데이,
그리고 반기마다 팀이 모이는 오프사이트까지.
이런 일정들이 단순한 행사가 아니라
*루티너리라는 조직이 ‘서로 소통하고 연결되는 방식’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분들은 이렇게 말하기도 해요.
“왜 그렇게 자주 모여요?”
하지만 저희에게는 ‘이야기하는 구조 자체가 조직의 핵심’이에요.
조직이 커지면 자연스럽게 말이 줄어들기 마련인데, 우리는 그걸 구조로 보완하려고 해요.
결국, 루티너리만의 특별한 점은
‘모두가 말할 수 있게 하는 리듬과 구조’가 일상에 깊이 박혀 있다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팀원들과 있었던 일화 중에 재미있거나 기억나는 일화가 있는지?
얼마 전, 창업 초창기 멤버와 저녁을 먹었어요.
그때는 정수기도 없이 쿠팡으로 생수를 주문해서 마셨던 시절이었죠.
그런데 어느 날 팀원들이 직접 물을 사서 들고 오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왜 사오셨어요?”라고 물었더니,
“그냥 물이 떨어졌길래요.”라고 하셨어요.
그 말이 너무 자연스럽고 아무렇지 않게 들렸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루티너리의 문화였던 것 같아요.
‘내 일처럼, 우리 일처럼’ 움직이는 마음.
그리고 저는 지금도 생각해요.
만약 지금 팀원들이 그 시절로 돌아간다 해도 똑같이 그렇게 행동할 거라고요.
그게 루티너리 사람들의 기본적인 태도예요.
이건 단순한 애사심이라기보다는,
회사라는 공간을 공동의 책임감으로 함께 운영해 나가는 마음이라고 생각해요.
『규칙없음』이라는 책에서 넷플릭스가
“회사돈을 내 돈처럼 써라”는 가이드를
“넷플릭스에 가장 이득이 되게 행동하라”로 바꾼 사례를 본 적 있어요.
그걸 읽고 우리도 저런 문화를 만들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생각해보니 우리 팀은 이미 그렇게 행동하고 있었더라고요.
(회사에 정수기가 있고 물과 간식에 돈 아끼지 않습니다.
무조건 맛있는 걸로 갑니다. (웃음))
또 루티너리의 일하는 방식 중에 특별한 점을 하나 꼽자면, 우리는 포지션과 관계없이 데이터를 함께 봅니다. 디자이너든 개발자든, 누구나 필요한 데이터를 직접 접근하고 해석해요.
그로스 매니저 디나가 입사한 이후, 조직 전체에 데이터에 대한 감도와 태도가 더 정교해졌고, 저 역시 그 흐름 속에서 더 배우고 채워나갈 수 있었어요.
루티너리는 ‘내가 맡은 일’ 이상의 것을 함께 보는 문화가 있고, 그게 자연스럽게 조직 전체를 이끄는 힘이 된다고 생각해요.
팀원들이 적극적으로 제안을 많이 한다. 크고 작은 제안들 중에 기억에 남은 제안은 무엇인가?
질문을 살짝 바꿔서 답변드리자면…
기억에 남는 건 오히려 제가 끝까지 안 받아주려 했던 제안이에요. (웃음)
사실 대부분의 제안은 실행하는 편입니다.
비용적 부담이 크지 않다면 거의 다 “일단 해보자” 쪽이에요.
그래서 반대로, 제가 처음엔 거절했던 제안을 말씀드려볼게요.
그건 바로… “의자 바꾸자”는 이야기였어요. (웃음)
조금 맥락을 설명드리자면,
창업 초기 사무실을 정할 때 여러 창업지원센터나 사무공간 제안을 받았지만,
우리가 쓰는 공간은 우리가 만드는 게 맞다고 생각해서 직접 임대했어요.
그때부터 화분 하나, 문구류 하나까지 디자인 기준으로 고른 이유도 그거였어요.
그 모든 게 회사스럽게, 그리고 사용자스럽게 보여야 한다고 믿었거든요.
그래서 사무실 의자도
목이 없는, 미니멀한 흰색 사무용 의자로 통일했어요.
저는 그 의자가 사무실 인테리어에 가장 잘 어울리는 최적의 선택이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어느 날, 팀원들이 이렇게 묻더라고요.
“대표님, 의자가 불편해요 바꿔주시면 안돼요? (ㅋㅋ)
그때 처음으로 ‘아, 나에겐 디자인이지만, 누군가에겐 업무 컨디션일 수 있겠구나’ 싶었어요.
비슷한 예로, 저는 사실 모니터암도 처음엔 반대했어요.
움직이는 게 시야에 거슬린다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결국, 의자도 바꾸고, 모니터암도 도입했어요.
기능성과 몰입을 위한 개선이라면, 디자인과 타협할 수 있다고 판단한 거죠.
그래도 여전히, 가구에 인색한 건 아닙니다! (웃음)
실제로 루티너리 사무실엔 이쁘고 비싼 가구들이 꽤 있어요.
그냥 ‘싸고 튼튼한 가성비 가구’가 아니라
시선과 몰입을 함께 고려한 환경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에요.
그리고 이쯤에서 고백 하나 하자면…
예전에 한 회사를 보고 생긴 저의 로망이 하나 있어요.
퇴근할 때는 모든 짐을 개인 캐비넷에 넣고,
회사에서 쓰는 문구류는 전부 동일하게 통일된 브랜드로 사용하는 조직.
그걸 보고 정말 멋지다고 느꼈고,
“일하는 환경조차 하나의 문화이자 디자인이 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그때부터 언젠가 우리도 그런 물리적 환경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바람이 생겼죠.
(제안도 많이하고 수용도 많이하고, 제안에 많이 열려있어서 이런 사례를 보여주고 싶어서 한 질문인데 이상한 이야기만 하게 되는 것 같다.)
초기에는 모든 걸 0부터 직접 구매했는데, 그때도 대부분 팀원들의 제안으로 선택한 것들이에요.
의자, 책상 같은 가구부터 공기청정기, 심지어 커피머신까지 이건 다 팀원 제안으로 정해졌어요.
업무 관련된 것도 물론이고, 정말 사소한 것까지 제안을 많이 주세요.
요즘은 간식 라인업만 봐도 느껴져요.
정말이에요. 곧 뷔페가 될 것 같아요. (웃음)
처음 보는 간식들도 많고, 지금 팀원들이 건강 관리에 진심이다 보니 요즘 간식장엔 건강식만 있어요.
루티너리는 팀원들의 작은 제안도 소중하게 반영되는 조직이라는 게 자연스럽게 느껴지실 거예요.
번외 질문을 하나 드리겠다.
팀원들에게 혼나 본 적이 있나?
혼난 적 많죠. 맨날 혼나요. (웃음)
그런데 전 오히려 그게 좋은 시그널이라고 생각해요.
혼난다고 해서 기분이 나쁘거나 주눅들지는 않아요.
물론 예전에는 조금 달랐어요.
전문가분들을 모셔놓고, 제가 리더인데 질문을 받다가
"이걸 모르면 안 되나?" 싶은 마음에 괜히 대답을 억지로 하려던 시절도 있었죠.
공부해서도 답을 못 하면 ‘내가 부족한가’ 싶고요.
근데 이제는 그런 부담은 좀 내려놨어요.
오히려 요즘엔 이렇게 생각해요.
“전문가들인데, 당연히 나보다 더 잘 아시겠지.”
그래서 모르면 물어보고, 아예 질문도 많이 드려요.
그만큼 팀원들에게 많이 의지하고 있어요.
그리고 저는 ‘혼낸다’는 표현이 딱 맞다고 생각해요.
그냥 피드백 주는 걸 넘어, 정말 혼내는 분들이 있어요. (웃음)
근데 그게 ‘신뢰의 반증’이에요. 믿지 않으면 그렇게 말 못 하거든요.
"이건 이렇게 하면 어떡해요!" 같은 이야기를 정말 그냥 던지듯 하시기도 하고,
장난처럼 웃으면서 툭 던질 때도 있어요.
그 안엔 ‘더 잘하고 싶다’, ‘아쉬운 마음’이 담겨 있다고 느껴져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혼내실 때 틀린 말은 없어요.
그게 더 찔리고, 그래서 더 감사한 일입니다.
칭찬 받은 신 적도 있으신가요?
있죠. 기억에 남는 칭찬이 있어요.
예전에 PM이 퇴사하면서, 몇 년 만에 다시 제가 직접 PM 역할을 맡게 된 적이 있었어요.
그때 팀원들 사이에서 걱정이 많았죠.
“대표가 PM을 해도 괜찮을까?”, “오랜만인데 괜찮을까?” 하는 우려들요.
저는 루티너리를 시작할 때부터 이미 PM처럼 일해왔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진 않았지만,
직접 저와 일해본 적 없는 분들 입장에서는 당연한 걱정이었다고 생각해요.
눈으로 본 게 없으니, 불안할 수 있죠.
그런 상황에서 1분기를 PM으로 무사히 마치고,
가장 기억에 남는 칭찬은 클로버가 해줬던 말이었어요.
“지금까지 함께 일한 PM 중 제일 잘 맞는 분이에요.”
이 말이 저는 참 좋았어요.
‘잘 맞는다’는 건, 결국 소통이 잘 된다는 의미잖아요.
그 자체로 큰 의미가 있는 말이라고 생각했죠.
비슷한 맥락으로 어떤 분은 저에게
“생각보다 PM 잘하시네요”라고 하셨어요.
도대체 저를 어떻게 생각하셨던 건지 모르겠지만요. (웃음)
어쨌든 PM으로 1분기를 보내고 나서
여기저기서 좋은 피드백을 많이 들었고,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나를 도대체 어떻게 봤길래…?”라는 생각도 조금 했던 건 사실이에요. (웃음)
지금 채용중이다. 앞으로 어던 동료분과 함께하길 기대하나요?
앞서 이야기 한 것 처럼 ‘삶에 진심인 사람들’ 인 것 같다. 이게 모든 것을 설명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앞서 말씀하진 삶에 진심인 것을 알아 볼 수 있었다는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기억에 남는 것이 있나요?
정확한 스토리를 하나하나 기억하진 않지만,
저는 1차 인터뷰나 커피챗을 할 때,
‘아, 이 분은 2차에서 꼭 다시 만나고 싶다’는 느낌이 드는 순간이 있어요.
그 트리거는 결국 삶에 진심인 사람이 가진 대답의 깊이, 고민의 크기예요.
같은 질문을 해도, 그에 대한 사고의 결이 다르다고 느껴질 때가 있거든요.
어떤 질문을 드리든, 정말 자기 생각을 꺼내는 분들이 있어요.
"이렇게까지 깊게 고민해보셨구나"라는 느낌이 들 때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최근에 디나가 저에게
“씩씩해서 편하게 이야기하게 된다”는 말을 해준 적이 있는데
그 표현이 기억에 남더라구요.
저는 그게 곧 ‘삶에 주체적인 사람’이라는 뜻이라 생각해요.
남 탓하지 않고, 스스로 기준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
그래서 저는 인터뷰에서 꼭 개인적인 질문도 많이 드립니다.
취미가 뭐냐, 스트레스는 어떻게 푸냐,
요즘 어떤 것에 관심이 많냐 등등.
그걸 얘기할 때 눈이 반짝이는 분들이 있어요.
예를 들면 “요즘 클라이밍을 시작했는데요…” 이러면서
그 안에서 본인의 삶 이야기를 술술 꺼내시는 분들.
그러면 아, 이 분은 일도 자기 삶처럼 진심일 수 있겠구나 싶은 거죠.
또 자주 드리는 질문 중 하나가
“내 삶의 주인이라고 느꼈던 순간이 언제였나요?”예요.
사실 답의 내용보다도,
그 질문에 대해 얼마나 깊이 생각해보고 말하는지,
준비하지 않아도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는지,
그걸 통해 그 사람의 태도와 기준을 보게 돼요.
그게 바로 저에게는 ‘삶에 진심인 사람’의 신호입니다.
각 포지션 별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역량은 무엇인가?
사실 포지션을 막론하고, 우리의 코어벨류 자체가 어떤 사람과 함께해야 하는지를 설명해주는 가이드에요.
우선 첫 번째는 Customer First,
어떤 직군이든 가장 중요한 건 결국 사용자예요.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마음 없이,
그저 내 일만 잘하면 된다는 태도는 루티너리와 맞지 않아요.
두 번째는 Less is More,
이건 디자이너뿐 아니라 개발자, 콘텐츠, 마케터, 운영까지 전 직군에서 중요한 기준이에요.
불필요한 걸 줄이는 것, 본질만 남기는 것,
이건 모든 영역에 적용돼요.
코드에도, UI에도, 커뮤니케이션에도, 일의 방식에도요.
마지막은 Good to Great,
제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에요.
스타트업에서 일하다 보면 원래 맡은 일 외에도 예상치 못한 업무가 자주 생겨요.
그럴 때 “이 정도면 괜찮지”라고 타협하는 순간이 오죠.
근데 그 타협이 계속되면, 조직 전체의 기준이 점점 낮아져요.
팀의 속도는 결국 가장 느린 팀원의 속도로 수렴하거든요.
한 명이 기준을 낮추면, 그 기준을 다시 끌어올리는 건 정말 어려워요.
그래서 저는 기준을 지키려는 사람,
적당함에 안주하지 않는 사람,
그리고 계속해서 더 나은 방향을 고민하는 사람을 원해요.
그게 결국 ‘삶에 진심인 사람’이기도 하고요.
포지션별로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자면,
개발자는 대화를 잘하는 사람.
코드와 대화하는 사람이 아니라 사람과 이야기할 수 있는 개발자였으면 좋겠어요. (웃음)
협업이 많고, 기획과 유저를 이해하는 태도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디자이너는 아름다움을 진심으로 추구하는 사람,
이게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뭐가 예쁜지, 왜 예쁜지, 그걸 스스로 알고 아름다움을 추구하셨으면 좋겠어요.
전 개인적으로 이 감각이 디자이너의 핵심 역량이라고 봅니다.
그로스/콘텐츠 (마케팅) 쪽은 ‘용기’가 가장 중요해요.
이 영역은 계속 바뀌고 있어요.
기존 방식으로는 안 먹히는 시대예요.
새로운 도전, 새로운 플랫폼, 새로운 언어를 계속 시도해야 해요.
지금은 그냥 최적화만 잘해서는 어려워요.
그래서 두려움 없이 시도하고 부딪힐 수 있는 용기 있는 사람이면 좋겠어요.
개발이나 디자인은 깎고 다듬는 작업이라면,
마케팅은 “땅 따먹기”라고 생각해요.
넓게 펼쳐진 판 위에서 더 많이 시도해보고,
그만큼 많이 배워야 해요.
이 모든 걸 잘 해낼 수 있는 사람은 결국,
삶에 진심이고, 기준을 지키고, 사용자 중심으로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앞으로 루티너리 조직의 성장 방향도 궁금합니다.
당장 3년이나 5년, 가까운 미래에 루티너리 조직을 본다면 어떤 조직일 것 같나요?
저는 ‘만들고 싶은 것을 쉽게 만드는 조직’을 그리고 있어요.
조금 추상적이지만, 루티너리가 가져가야 할 가장 큰 역량은 ‘만드는 힘’이라고 생각해요.
최근 비전을 그릴 때도 3년 뒤 우리의 모습을 상상해봤는데,
우리가 만든 제품이 많고, 그 모든 제품이 사람들의 일상을 더 좋게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는 모습이었어요.
완전히 새로운 기능이라기보다는,
“이걸 이렇게까지 할 수 있어?” 싶은 아이디어들이 실제로 제품이 되어 세상에 나오는 것이죠.
이런 조직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갑자기 떠오른 아이디어를 행동과학 관점으로 풀어보자고 제안하면, 함께 고민하고, 빠르게 만들고, 실패도 해보고, 다시 시도하고, 런칭까지 해내는 그런 유연하고 강한 팀이 될 거라고 믿어요.
그러니까 3년 후의 루티너리는 사람 수를 늘리지 않고도 더 많은 일을 해낼 수 있는 팀이 되어 있을 거예요.
기술의 발전 덕분에, 20명이 100인분의 일을 해내는 세상이 오고 있다고 저는 믿고 있어요.
그리고 이건 저의 약간의 꿈인데요
우리가 만든 제품들을 오프라인 공간에 전시하고,
그곳에서 사람들이 루티너리를 통해 바뀐 일상을 이야기하며
자연스럽게 콘텐츠도 소비하고, 새롭게 시작할 용기를 얻는 그런 공간도 상상해봤어요.
그런 상상을 현실로 만들 수 있는 팀.
그게 루티너리의 미래입니다.
개인적으로 루티너리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요?
조직을 운영하는 경험을 쌓는 것, 그게 저의 가장 큰 목표입니다.
저는 인생을 하나씩 퀘스트를 깨는 여정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루티너리는 제 인생에서 '창업 페이지 1'이라고 할 수 있는 챕터예요.
지금 이 페이지에서 제가 꼭 해내고 싶은 건,
내가 만든 제품으로 돈을 벌고,
직접 팀을 운영하며 리더십을 길러보는 것이에요.
사람을 어떻게 보고, 어떻게 판단하고, 또 어떻게 리드해야 하는지를
이 팀 안에서 부딪히며 배우고 있다고 느껴요.
그리고 그걸 실제로 적용해볼 수 있는 규모가 딱 지금 이 20명 안팎의 팀이라고 생각해요.
이 규모 안에서 매출도 잘 만들고, 팀원들도 잘 이끌면서 의미 있는 성장을 만들어내고 싶습니다.
물론 그다음 페이지, 그러니까 '페이지 2'는 아직 잘 모르겠어요. (웃음)
지금은 20명이지만, 나중엔 200명이 되고 싶을 수도 있고,
혹은 이 챕터에서 만족하고 완전히 다른 삶을 살고 싶어질 수도 있겠죠.
정리하자면,
지금 루티너리에서 제가 이루고 싶은 건,
리더십과 조직 운영에 대한 확실한 경험을 갖는 것이에요.
루티너리에서의 하루일과는 어떤가요?
일어나서 자기 전까지의 하루를 말씀드리면,
저는 하루를 역할별로 나눠서 움직이려고 노력합니다.
오케스트라 → 메이커 → 오케스트라, 이런 식으로요. (웃음)
아침에는 ‘오케스트라’로 시작합니다.
출근 전에 모닝 루틴을 마치고, PM으로서 만든 체크리스트를 보며
운영상 확인해야 하는 이슈들을 정리하고, 스탠드업을 작성합니다.
전체 팀의 흐름과 각 포인트를 조율하는, 말 그대로 지휘자의 역할이에요.
출근 후 오전 시간에는 ‘메이커’로 전환합니다.
스탠드업을 정리하며 이어지는 고민들을 정리하고,
누군가에게 질문하려 했던 것들을 직접 체크하거나 논의해요.
이때는 기획을 하거나, 정책을 보완하거나, 로그를 정리하는 등
조금 더 깊은 몰입이 필요한 작업을 합니다.
오후에는 다시 ‘오케스트라’의 시간입니다.
주로 회의가 많아요. 정기 회의나 팀 협업 회의들이 이어지면서
다시 전체 조율자의 역할로 돌아가죠.
퇴근은 보통 6시 30분에서 7시 사이를 목표로 합니다.
저녁을 먹고 한 시간 정도 쉬었다가,
다시 노트북을 열고 하루를 정리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사실 이건 ‘업무’라기보다는 생각을 정리하는 루틴에 더 가깝죠. (웃음)
결국 하루 전체를 보면,
아침에는 큰 그림을 그리고, 오전에는 깊게 만들고, 오후엔 팀과 함께 조율하고, 밤엔 다시 큰 그림으로 돌아갑니다. 그렇게 저의 하루는 흘러갑니다.
지금까지 동료와 조직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했다. 미래의 동료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본인이 무언가에 진심이라면, 진심인 사람들과 함께하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 말은 그냥 멋진 말이라서 하는 게 아닙니다.
제가 루티너리를 만들었기 때문도 아니고요.
지금 루티너리에 계신 분들을 보면,
“내가 전생에 진짜 큰 덕을 쌓았나?” 싶을 만큼 좋은 분들이 모여 있어요.
그게 하루아침에 된 건 아니에요.
몇 년 동안 수많은 분들을 만나고, 또 고민하면서
서서히 더 좋은 분들을 모아 만들어진 팀이에요.
그래서 진심 없이, 적당히 하실 생각이라면…
죄송하지만 돌아가주세요.^^
우리는 늘 즐겁고,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하니까
겉보기에 쉽게 느껴질 수도 있어요.
하지만 기본적으로 회사가 가는 방향과 개인이 가는 방향이 일치해야
정말 좋은 시너지가 난다고 생각합니다.
회사의 방향이 아무리 좋아 보여도,
그게 본인의 삶의 방향과 다르다면 둘 다 불행해집니다.
진심인 사람은 자기 방향을 알고, 그걸 맞춰가려는 태도를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제가 계속해서 '삶에 진심인 사람' 이야기를 했던 겁니다.
진심이시라면 망설이지 말고 꼭 함께해 주세요.
그렇지 않다면… 다른 길을 찾는 게 본인에게도, 우리에게도 더 좋습니다.
마지막 공통질문이다. 루티너리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우리를 함께하게 만들어준, 고마운 존재.
이게 맞는 표현일지 모르겠지만, 저는 늘 그렇게 생각해요.
루티너리가 없었으면 지금 함께하고 있는 우리도 없었을 거예요.
그래서 루티너리는 단순한 서비스나 회사 그 이상이에요.
우리 팀을 만나게 해준 존재.
루티너리라는 제품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세컨 브레인’이라고 생각해요.
중요하지 않은 결정들을 맡아주니, 저는 정말 중요한 일만 할 수 있게되거든요.
그래서 더 나은 하루를 살 수 있게 해주는 두 번째 두뇌.
하지만 루티너리라는 팀과 조직을 표현하자면, 고마운 존재이자, 우리가 계속 함께하게 만들어주는 힘이에요.